왜 싱글 오리진의 원산지를 알아야 할까요?

커피 본연의 맛을 위한 여정

5분 길이 블루보틀 코리아 2024년 8월 1일

커피는 커피 본연의 맛이 나야 합니다. 바로 열대 과일 씨앗의 맛 말이죠. 커피는 과육을 제거하고 세척 후 건조 과정을 거치고 나서 캐러멜화될 때까지 볶은 다음 분쇄하여 물로 추출한 열대 과일의 씨앗이기 때문입니다.

18개의 작은 도자기 그릇들이 탁자 위에 있습니다. 겉으로 봐서는 구별할 수 없는 똑같은 갈색 액체가 담겨 있습니다. 제 옆에는 경험이 많은 음식 평론가 한 분이 서 계셨는데요. 당황한 듯 보였습니다.

"토마토나 계란은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맛이 날지 압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다 같은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맞는 말입니다. 살짝 기울인 커피잔에서 피어오르는 김, 잔에 묻은 갈색 커피 가루까지 18개의 잔에 담긴 액체는 모두 같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커피 맛을 본 사람들은 18가지 모두 확연히 다른 맛이라는 것을 알았죠. 각기 다른 농장에서 수확한 싱글 오리진이라는 것을 말이죠. 저 같은 경우에는 수확, 지역, 고도, 가공 방법, 시간이 미묘하게 달라지면서 독특한 향과 맛을 낸다고 느꼈습니다. 커피 한 잔마다 고유한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겠죠.

한 편의 좋은 글처럼 싱글 오리진 커피 또한 그 시작을 안다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바로 이름이겠죠?

간단히 말하면 싱글 오리진은 커피의 원산지로 정의됩니다. 농장, 농부, 계절, 수확 또는 가공 방법으로 어디에서 온 커피인지 알 수 있습니다. 싱글 오리진의 반대 개념은 블렌드로, 블렌드 또한 훌륭합니다. 사실 블렌드 없는 카페 메뉴는 상상조차 할 수 없죠. 원하는 맛의 블렌드를 만들기 위해 원산지가 다른 원두를 배합하긴 하지만, 싱글 오리진은 항상 특정 원산지에 뿌리를 두고 여전히 그 순수함을 유지합니다.

커피는 ‘그냥’ 커피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블루보틀은 개성을 담은 단 한 잔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기 때문에 싱글 오리진을 높이 평가합니다. 커피도 결국은 과일입니다. 그래서 다른 과일처럼 어떻게, 어디서 자랐는지가 중요합니다. 아래에서 싱글 오리진 한 잔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간단히 공유하겠습니다.

싱글 오리진은 단일 원산지를 의미합니다.

커피를 생산하는 곳은 많습니다. 각 국가 및 지역마다 재배 관행과 선호하는 품종이 다릅니다. ‘싱글 오리진’이라는 용어는 커피가 자라는 한 지역 또는 한 영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싱글 오리진을 마시는 것은 특정 장소에 새겨진 각인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싱글 오리진은 단 하나의 농장 또는 해당 농장의 지정된 면적에서 수확한 것입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와 케냐 같이 작은 땅에서 커피를 경작하는 나라의 경우 한 곳에서 가공하는 방식의 협동조합 커피도 싱글 오리진에 해당합니다.

커피가 독특한 특성을 보이게 되는 이유는 재배 조건, 즉 토양, 날씨, 재배 방법 때문인데요. 바로 이런 이유로 저는 싱글 오리진을 선호합니다. 해발 고도가 높은 지대의 기후는 커피 재배에 적합합니다. 기후 변화가 심한 곳에서는 가지치기와 가공 기술을 활용해야 하죠. 커피 체리는 산의 어느 방향에 있느냐에 따라 숙성 속도와 단맛의 비율이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한 국가 또는 한 지역 내에서 수확된 싱글 오리진이라도 모두 같은 건 아닙니다. 아주 미세하게 다를 때도 있지만,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의 브룬디(Burundi) 커피 슬레이트가 생각나네요. 브룬디 카얀자 은콘게(Burundi Kayanza Nkonge)는 유난히 깨끗하고 단맛이 지속되는 반면, 카얀자 카루시(Kayanza Karusi)는 진한 캐러멜 노트에 초가을에 딴 사과의 시큼한 신맛이 납니다.

싱글 오리진은 단일 성장기 또는 수확을 의미합니다.

싱글 오리진 커피는 한 번의 재배 시즌 내에 수확됩니다. 하지만 일부 싱글 오리진은 같은 시즌이긴 하지만 해당 재배 시즌을 넘겨 특정 시점에 수확하게 됩니다. 최근 출시된 온두라스 크리스토발 페르난데스 라스트 픽(Honduras Cristobal Fernandez Last Picks)을 예로 들어 보죠. 크리스토발의 산타 바바라 산(Santa Barbara Mountain) 농장의 경우 비가 계속 내리고 밤에는 기온이 떨어지면서 과일의 성장이 늦어져 수확이 여름까지 이어졌습니다. 첫 시즌의 커피는 수확 마지막 두 달 동안 수확한 커피보다 덜 달콤하지만, 더 진한 향기가 납니다. 이 커피는 부드럽고 단맛이 풍부한 라스트 픽입니다.

정해진 재배 지역에서 자라는 것이 커피의 실제 맛에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수확을 언제 하느냐도 커피 맛에 영향을 끼칩니다. ‌한 나무에서 수확했지만, 수확한 시간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과일이 되죠. 가을의 첫 사과가 추운 밤이 단맛을 높여준 겨울 서리가 내리기 직전의 사과와 다른 것과 같이요.

싱글 오리진은 단일 품종, 돌연변이 또는 가공 방법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싱글 오리진은 더 희귀하고 특별합니다. 또한, 일부 싱글 오리진은 품종 또는 특정 가공 방법이라고 정의되기도 합니다. 재배하는 사람도 예술가이지만, 농부들 또한 재배하는 사람 못지않습니다. 함께 일하는 농부들 대다수가 커피에 대한 지식과 비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이크로랏(microlot)으로 실험하는 것을 즐깁니다.

콜롬비아에 사는 형제 리고베르토(Rigoberto)와 루이스 에레라(Luis Herrera)는 라스 마르가리타스(Las Margaritas) 농장에서 고대 품종인 수단 루메(Sudan Rume)를 재배합니다. 이전까지 이 품종은 단일로 판매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형제는 품종의 희귀성을 대중에게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형제의 싱글 오리진은 농장의 독특한 환경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이 난해한 품종의 뉘앙스를 강조했습니다.

커피에 붙어있는 '피베리(peaberry)'라는 단어를 보고 그 특별함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피베리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돌연변이입니다. 보통의 커피 체리는 콩이 두 개이지만, 피베리는 통통하고 둥근 콩이 하나만 들어있습니다. 맛이 더욱 진하고, 원두는 로스팅하기 쉽다고 합니다. 피베리 커피를 따로 분류하는 농장이나 세척하는 곳이 있다면 싱글 오리진을 정의하는 특성이 하나 더 추가됩니다.

마지막으로 커피의 프로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공 방법의 무한한 변화입니다. 농부들은 때때로 특정 결과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술을 조작하기도 합니다.

엘살바도르의 록스타 커피 생산자인 아이다 바틀레(Aida Batlle)는 다른 작업을 추가하는데요. 아이다 바틀레의 Kilimanjaro Cascara Soaked는 특정 배치(batch)를 정의하는 혁신적인 처리 방법의 한 예입니다. 커피 체리는 발효시킬 때 항상 신선하고 깨끗한 물에 담가 둡니다. 바틀레는 이 배치를 갓 우려낸 카스카라 차(말린 커피 체리 껍질로 만든 부산물)에 발효시켰습니다. 이 커피는 만다린과 멜론 향이 가득하면서 과즙이 풍부하기 때문에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품종입니다.

싱글 오리진의 장점

블루보틀이 왜 싱글 오리진에 집착하는지 맛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커피가 농부들에게 가져다주는 가치 또한 중요하죠. 싱글 오리진 소싱은 긍정적인 피드백 루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농부들과 장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신뢰할 수 있는 수입을 제공함에 따라 농부들은 지속 가능한 재배 관행에 재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재정적으로 안정성이 높아짐에 따라 농부들은 더욱 품질이 좋은 콩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싱글 오리진으로 판매될 수 있습니다. 관계가 돈독해짐 따라 실제로 농부들의 노력과 예술성을 맛볼 수 있으며, 그들의 커피가 계절마다 어떻게 다른 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싱글 오리진 커피 한 잔에는 사람이나 농장의 커피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이제는 익명의 누군가가 간 커피로 만든 캔 커피를 마시던 시대와는 멀어졌죠. 지금은 손님들이 마시는 모닝커피가 어디서 온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커피 맛을 한 가지 방법으로만 봐야 한다는 생각이 바뀌면서 커피의 독특함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좀 더 감성적으로 표현하자면 새로운 싱글 오리진을 마시는 것은 시간을 기록해 두는 것입니다. 싱글 오리진의 특성상 일시적이며 단 한 번의 수확으로 끝이 납니다. 각각의 싱글 오리진은 다 소비될 때까지만 즐길 수 있는 타임캡슐인 셈이죠. 만약 매년 같은 커피를 생산한다면 우리도 지루하고 여러분도 따분할 것입니다.

커피는 커피 본연의 맛이 나야합니다. 바로 열대 과일 씨앗의 맛 말이죠. 커피는 과육을 제거하고 세척 후 건조 과정을 거치고 나서 캐러멜화될 때까지 볶은 다음 분쇄하여 물로 추출한 열대 과일의 씨앗이기 때문입니다. 싱글 오리진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 씨앗으로 가장 순수함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의도를 이해하셨다면 이제 가정에서나 카페에서 몇 가지 다른 싱글 오리진을 마셨을 때 자연스럽게 커피가 어떤 맛인지, 그리고 맛있다고 표현하는 방식을 더욱 다양하게 표현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잔에 담긴 커피는 거의 모두 똑같아 보이지만 수많은 변수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커피가 되죠. 각각의 상황으로 조화를 만들어낸 싱글 오리진 커피는 시대와 장소를 담고 있는 창입니다.